북미 영화 시장은 돈 버는 방법을 정말 많이 안다. 극장 티켓 판매는 시작일 뿐이고, 거기서부터 스트리밍, 굿즈, 테마파크까지 온갖 방법으로 수익을 뽑아낸다. 헐리우드가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인 이유는 단순히 영화를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, 한 편의 영화로 수십 년간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.
극장 티켓: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이상 전부는 아니다
예전엔 극장 수익이 거의 전부였다. 블록버스터 한 편 터트리면 제작비 회수하고 남는 장사였다. 그래서 여름이나 연말에 대작들이 몰리는 거다. 개봉 첫 주말이 승부처다. 마케팅 예산의 대부분이 이 3일을 위해 쓰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.
극장 수익 분배는 생각보다 복잡하다. 첫 주는 배급사가 60~70%까지 가져가지만, 시간이 지날수록 극장 쪽 비율이 올라간다. 결국 한 달쯤 지나면 반반이 된다. 그래서 제작사들은 초반에 최대한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려고 광고에 미친 듯이 돈을 쏟아붓는다.
DVD와 블루레이로 대표되는 홈비디오 시장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. 극장에서 못 본 사람들이나, 소장하고 싶어 하는 팬들 덕분에 극장 수익만큼 벌 수 있었다. 하지만 지금은? 거의 죽었다고 봐야 한다. 컬렉터용 스페셜 에디션이나 고전 영화 복각판 정도만 근근이 팔린다. 예전엔 '극장→DVD→케이블TV'라는 공식이 있었는데, 이젠 그 자리를 스트리밍이 완전히 차지했다.
스트리밍: 게임 체인저의 등장
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. 이제 사람들은 극장 가는 대신 집에서 소파에 누워 영화를 본다. 제작사 입장에서도 스트리밍은 매력적이다. 극장 개봉은 도박이지만, 넷플릭스 같은 데랑 계약하면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받으니까.
디즈니+, HBO맥스, 파라마운트+ 같은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제작사들도 늘었다. 극장 개봉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하거나, 아예 스트리밍 독점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. 코로나 때 이게 엄청 가속화됐다. 극장이 문을 닫으니 어쩔 수 없이 스트리밍으로 개봉했고, 그게 의외로 먹혔다.
스트리밍 수익 모델도 다양해졌다. 구독료만 받는 게 아니라, 광고 붙여서 무료로 보여주는 AVOD(광고 기반 스트리밍), 유료로 대여하는 PPV(페이퍼뷰) 등 온갖 방법을 시도한다. 특히 광고 모델은 요즘 잘 나간다. 타겟 광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플랫폼들이 광고 수익에서 꽤 짭짤하게 벌고 있다.
이런 디지털 전환 덕분에 제작사는 콘텐츠 하나로 오랫동안 돈을 벌 수 있게 됐다. 극장에서 한 번 흥행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, 스트리밍에서 계속 수익이 들어온다. 그래서 요즘은 단기 흥행보다 장기적으로 IP를 어떻게 굴릴지가 더 중요해졌다.
머천다이징: 영화보다 더 돈 되는 장난감
여기서부터가 진짜 재밌다. 마블이나 스타워즈 같은 프랜차이즈는 극장 수익보다 굿즈에서 더 많이 번다. 티셔츠, 피규어, 레고, 게임, 문구류... 영화 속 캐릭터만 들어가면 다 팔린다.
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. '겨울왕국'은 전 세계 극장에서 12억 달러를 벌었다. 엄청난 수치다. 그런데 머천다이징 수익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. 엘사 드레스 하나만 해도 전 세계 어린 여자애들이 다 샀다. 디즈니 매장 가보면 겨울왕국 굿즈가 얼마나 많은지 체감할 수 있다.
스타워즈는 더 심하다. 조지 루카스가 천재인 이유는 영화 판권은 포기하고 대신 머천다이징 권리를 챙겼기 때문이다. 결과는? 영화보다 장난감 팔아서 더 많이 벌었다. 라이트세이버, 레고 세트, 각종 피규어... 1977년 첫 영화 개봉 이후 지금까지 수백억 달러를 벌었다.
테마파크도 빼놓을 수 없다.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해리포터 월드, 디즈니랜드의 마블 에어리어 같은 건 그 자체로 거대한 수익원이다. 입장료만 수만 원인데, 거기서 기념품 사고 밥 먹으면 한 사람당 수십만 원씩 쓴다. 가족 단위로 가면? 백만 원은 기본이다.
글로벌 라이선싱: 전 세계가 내 시장
북미에서 영화 하나 만들면, 그걸 전 세계에 판다. 각국 배급사나 방송사, OTT에 판권을 팔아서 추가 수익을 창출한다.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이 글로벌로 확장되면서 이게 더 쉬워졌다. 자막이나 더빙만 붙이면 전 세계 어디서든 서비스할 수 있으니까.
한국에서 마블 영화 보면 한국 배급사가 들여온 거다. 그 배급사가 디즈니한테 판권료를 낸다. 중국, 일본, 유럽 다 마찬가지다. 하나의 영화로 수십 개국에서 돈을 버는 구조다.
여기에 더해 OST 저작권, 스핀오프 시리즈, 게임화, 소설 출판 같은 것들도 다 돈이 된다. '위쳐' 시리즈 보면 원작이 소설인데, 게임으로 만들어지고, 다시 넷플릭스 드라마가 됐다. 이렇게 하나의 IP를 여러 형태로 확장하는 게 요즘 트렌드다.
결론: 영화는 더 이상 영화만이 아니다
북미 영화 산업의 진짜 무서운 점은 한 편의 영화를 수십 년간 써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거다. 극장 티켓은 시작일 뿐이고, 거기서부터 스트리밍, 굿즈, 테마파크, 게임, 출판까지 온갖 방법으로 돈을 뽑아낸다.
이게 바로 IP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다. 디즈니가 마블을 40억 달러에 인수했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. 근데 지금 보면? 마블 영화들의 극장 수익만 해도 이미 그걸 훨씬 넘어섰고, 거기에 굿즈, 테마파크, 게임까지 합치면 인수 금액의 몇 배를 벌었다.
앞으로의 영화 산업은 단순히 흥행 수치로만 평가받지 않을 거다. 그 영화가 얼마나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지, 얼마나 오래 돈을 벌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. 극장에서 망해도 스트리밍에서 성공하면 되고, 영화가 별로여도 캐릭터가 인기 있으면 굿즈로 벌 수 있다.
북미 영화 산업이 여전히 세계 1위인 이유는 바로 이런 다각화된 수익 구조 때문이다. 한국이나 다른 나라 영화 산업도 이걸 배워야 한다. 극장 티켓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진작에 끝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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